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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그린북, 물과 기름 같은 두 남자의 동행

by me_re_log 2023.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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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북, 2019

 

투박한 건달과 우아한 피아니스트의 만남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 토니 발레롱가는 뉴욕의 나이트클럽 종업원으로 그 바닥의 지저분한 일들을 말끔하게 처리하는데 능하기로 이름이 높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토니의 직장이 두 달여간 문을 닫게 되자, 생계를 위해 전당포에 시계를 맡겨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의 8주간의 남부 전역 순회공연에 운전기사 겸 보디가드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토니는 공연 기획 담당자에게 '그린북'을 건네받죠. 그리고 베이시스트 올레그, 첼리스트 조지와 함께 셜리 박사의 순회공연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말투부터 성격부터 취미, 입맛까지 모든 것이 달랐던 토니와 셜리는 첫 만남부터 불협화음을 보입니다. 그러나 말투는 투박하고 거칠지라도 자신이 맡은 바 임무를 확실히 해내는 성격의 토니는 스타인웨이 피아노로만 연주하는 셜리를 위해 공연장에서 어떻게 서든 셜리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실력을 발휘합니다. 켄터키 주를 지나다 토니는 한 번도 치킨을 먹어 본 적이 없다는 셜리에게 치킨을 전파하고,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던 셜리도 치킨의 맛을 보고 흡족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한편 토니가 아내 돌로레스에게 쓴 편지를 본 셜리는 맞춤법과 문맥이 엉망진창인 그의 편지를 온갖 미사여구로 가득 찬 최고의 러브레터로 변신시켜 주고, 그렇게 둘은 서로에게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어갑니다. 그러나 인종차별이 공공연하게 행해지던 남부지역에서의 투어가 진행될수록 셜리는 못된 백인들의 표적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게 됩니다. 멀쩡한 화장실을 놔두고 멀리 있는 푸세식 화장실을 사용하라고 강요를 당하기도 하죠. 그럴수록 셜리는 동요하는 마음 없이 침착하고 냉정한 태도를 유지합니다. 셜리의 침착한 태도에 혀를 내두르는 토니에게 올레그는 인종차별이 심한 지역인 남부에서 셜리가 굳이 투어를 강행하는 이유는 차별의 벽을 깨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동성애자였던 셜리가 남성과 만나는 현장을 걸려 경찰서에 연행이 되고, 토니는 우연히 고향 친구들을 만나 새로운 일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거나, 불시검문을 받으며 심한 인종차별을 받기도 하지만 둘은 깊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다지면서 투어를 무사히 마치고자 마음을 모으게 됩니다. 투어의 마지막 공연장에서 역시 참을 수 없는 인종차별적 대우를 받은 셜리. 그런 셜리를 데리고 문을 박차고 나와버린 토니와 셜리는 허름한 흑인 클럽에 들어가 즉흥 연주를 하며 그들만의 파티를 즐깁니다. 크리스마스이브날까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차를 달려 뉴욕으로 도착한 두 사람. 토니는 가족들과 만나 크리스마스 파티를 시작하고 셜리에 대해 '깜둥이' 운운하는 가족들에게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라며 일침을 가하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파티를 즐기자는 토니의 제안을 거절했던 셜리 박사는 자신의 집사에게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라며 그를 집으로 돌려보냅니다. 그리고 토니의 집으로 향하여 토니 가족의 환대를 받으며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됩니다.

 

 

흑인들을 위한 여행가이드, 그린북

 

1960년대 미국은 흑인을 향한 공공연한 인종차별이 자행되고 있었습니다. 버스에서도 유색인석이 구분되어 있었고 어디든 출입을 제재당하기 일쑤였습니다.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백인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도 공공연하게 일어났습니다. 이런 사회분위기 가운데 흑인 운전자들을 위한 전용 가이드북이 출시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그린북'입니다. 이른바 흑인들의 생존지침서라 할 수 있겠지요. 흑인 우편 배달부 빅터 휴고 그린이 1936년부터 1966년까지 무려 30여 년의 기간 동안 제작했던 이 책의 정싱 명칭은 '흑인 운전자를 위한 그린 북(The Motorist Green Book)'입니다. 빅터 휴고 그린은 동료 집배원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해 흑인들이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숙박업체, 식당, 주유소 등을 이 책을 통해 소개했고, 책의 제목을 자신의 이름에서 따오면서 표지도 초록색으로 제작했습니다. 66번 국도를 타고 여행했던 흑인 운전자들에게 그린북은 필독서로 여겨졌고, 이 책은 1966년까지 무려 15,000권이 인쇄되었다고 합니다.

 

에필로그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돈 셜리 박사와 토니 발레롱가의 실제 사진을 보여주며 그들의 뒷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막을 내립니다. 영화는 토니와 셜리박사가 죽는 날까지 두터운 우정을 나누었다며 훈훈한 결말을 보여주었죠. 그러나 돈 셜리 박사의 유족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유족들은 실제로 토니가 셜리의 남부투어를 끝까지 함께 하지 않았으며, 공손치 못한 태도로 인해 계약기간인 8주를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셜리로부터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고용주와 고용인 관계 그 이상도 이하의 사이도 아니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지요. 또한 영화 속에서는 돈 셜리 박사가 '흑인 피아니스트'라는 편견과 선입견에 갇히는 것을 거부하고자 흑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깊이 숙고하려 하지 않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나 유족들은 셜리 박사는 마틴 루터킹을 지지하며 인종차별 반대행진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흑인인권의 신장을 위해 목소리를 냈고, 당대 유명했던 흑인 뮤지션들과도 두터운 친분관계를 유지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켄터키 치킨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는 설정 역시 억지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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