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드와 에버렛, 서로의 결핍을 보듬다
모드는 선천적으로 굽은 몸을 지니고 태어났으며 지병으로 심각한 류마티스 관절염까지 앓고 있습니다. 걸음걸이조차 힘에 겹지만 그녀는 언제나 밝고 자존감이 높은 사랑스러운 여성입니다. 댄스장을 찾아가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 모드의 유일한 낙이지요. 부모님이 세상을 뜨자 모드의 오빠 찰스는 상의도 없이 부모님의 집을 팔아버리고, 이후 모드를 숙모에게 떠넘겨버립니다. 숙모는 모드를 귀찮은 짐처럼 여기며 하대합니다. 이에 자신의 힘으로 경제적 독립을 성취하고자 일자리를 찾던 모드는 한 잡화점에서 가정부를 구하는 구인광고를 보고 마을 외곽에 있는 에버렛의 집으로 찾아갑니다. 생선 장수와 각종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는 에버렛은 고아원 출신으로 자주 욱하고 과격한 성격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의 기피대상이었습니다. 에버렛은 몸이 성치 않은 모드를 탐탁지 않아 하며 돌려보내지요. 그러나 고아원 보육원장의 권유로 모드를 다시 자신의 집으로 들이는 에버렛. 에버렛은 절뚝거리는 걸음걸이에 집안일 마저 서툰 모드에게 개, 닭 보다도 못한 존재라는 막말을 쏟아부으며 나가라고 악을 씁니다. 그러나 모드는 다시 에버렛의 집으로 돌아가 그의 눈치를 보며 집안일을 계속 합니다. 에버렛의 집에서 우연히 페인트 통을 발견한 모드는 힘이 들 때마다 벽이나 창문에 그림을 그려가기 시작합니다. 에버렛은 의외로 자신의 공간을 제외하면 다른 곳에는 그림을 그려도 된다고 허락합니다. 그러다 에버렛에게 생선을 샀던 손님 산드라가 그의 집에 찾아오고 우연히 모드의 그림들을 보게 됩니다. 모드의 그림에 관심을 보이는 산드라는 모드에게 그림 카드를 그려달라고 부탁하고 한 장 당 10센트의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모드는 가정부 일 외에도 그림으로 차츰 돈을 벌기 시작하고, 에버렛과는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적응해 가며 부부의 연을 맺게 되지요. 모드의 그림을 판매할 것을 권유했던 산다라는 사실 뉴욕에서 일하고 있는 기자였습니다. 산드라는 잡지 기사를 통해 모드의 그림을 적극적으로 세상에 알렸고, 이로써 모드와 그녀의 그림이 점차 유명세를 타기 시작합니다. 대통령이 모드의 그림을 살 정도로 그녀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에버렛과 모드의 집은 연일 기자와 그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게 됩니다. 한편, 모드를 멸시했던 숙모는 그녀가 화가로 성공했다는 사실을 뉴스로 접하고 모드를 집으로 불러드립니다. 그리고는 그간 묻어두었던 비밀을 하나 털어놓습니다. 모드는 아기를 출산했던 적이 있었는데, 숙모는 그 아기가 약하게 태어나 세상에 나오자마자 목숨을 잃었다고 모드에게 거짓말을 하였다고 고백합니다. 사실 모드는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였으며, 오빠 찰스와 숙모는 모드의 아기를 부유한 가정에 입양을 보내버렸던 것이지요. 숙모의 고백에 큰 혼란을 느끼며 에버렛을 만난 모드. 그런 모드에게 에버렛은 자신의 집에서 편하게 쉴 수 조차 없다며 격정적인 불만을 토로하고, 참지 못한 모드는 그날 밤 에버렛의 집을 나와 산드라에게 신세를 집니다. 다음 날, 에버렛은 모드를 찾아와 자신을 떠나지말라고 말하며 그녀를 붙잡습니다. 그런 에버렛에게 모드는 결코 에버렛을 떠나지 않겠다며, 그와 함께 있을 때 자신은 아무것도 바랄 게 없다는 다정한 말로 화답합니다. 그리고 에버렛은 모드의 아이의 행방을 수소문하여 모드를 아이의 집 앞에 데려가줍니다. 둘은 먼발치에서 건강하게 성장한 소녀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이후 모드는 붓을 쥐는 것조차 힘에 부칠 정도로 건강이 몹시 쇠약해집니다. 에버렛은 모드가 했던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그녀의 곁을 지킵니다. 모드는 세상을 떠나기 전, 에버렛에게 자신은 사랑을 받았다며 그에게 마지막 감사의 인사를 전하지요. 모드의 그림들과 함께 홀로 집에 남게 된 에버렛이 쓸쓸히 문을 닫으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캐나다의 국민화가, 모드 루이스
영화 '내 사랑'은 캐나다의 대표적인 민속화가로 손꼽히는 모드 루이스의 삶과 예술을 다룬 전기영화입니다. 모드 루이스는 '나이브 화가'로 일컬어지기도 하는데, 나이브 아트(naive art)란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화가들의 작품 경향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캐나다 사우스오하이오 출신의 모드 루이스는 선천적으로 작고 구부러진 몸을 타고 태어난데다, 어렸을 적부터 관절염을 겪으면서 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14세에 학교를 그만두고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만 보냈던 탓에 어머니는 모드에게 취미와 교양의 일환으로 미술을 가르쳐 주었지요.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고 잠시 숙모의 집에서 기거하던 모드는 생선장수 에버렛을 만나 그와 결혼을 하면서 마샬타운의 작은 오두막집에서 죽을 때까지 살게 됩니다. 영화에서와 달리 실제로 모드는 에버렛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간 것이 아니었으며, 둘은 만난 지 단 3주 만에 초고속으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손과 팔의 움직임에 제약이 있었던 탓에 모드는 작은 크기의 그림만을 그릴 수밖에 없었고, 값비싼 유화 물감 대신 에버릿에 공수해 준 남들이 쓰다 버린 선박용 유성 페인트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드 루이스는 밝은 색채로 목가적인 시골의 풍경과 자연, 동물의 모습을 매우 경쾌하고 사랑스럽게 그려냈지요. 또한 자유자재로 외부활동을 할 수 없었던 모드는 대개 창문으로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그런 제약이 오히려 정형화되지 않은 모드 만의 상상력이 더해진 보다 창의적이고 독특한 화풍을 구축하는데 일조하였습니다. 신체적, 경제적 역경에도 아랑곳없이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일궈낸 모드 루이스는 캐나다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드높이게 됩니다. 모드와 에버렛이 함께 살던 오두막집은 캐나다 연방정부의 후원을 받아 복원되어, 현재 노바스코샤 아트갤러리에서 모드의 작품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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