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학의 대가 프로이트와 칼 융, 그들의 환자 슈필라인의 이야기
데인저러스 메소드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그의 제자 칼 구스타프 융, 그리고 융의 환자였던 여성 사비나 슈필라인에 관한 실화를 다룬 영화입니다. 사비나 슈필라인은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고, 그로 인해 히스테리 증상을 보여 정신과 의사 융을 찾아가게 됩니다. 단어 연상법과 꿈의 해석을 통해 사비나는 학대를 받을수록 쾌감을 느끼는 성도착증 환자임이 밝혀지지만, 융과의 상담이 거듭될수록 그녀의 증상은 차차 호전되기 시작합니다. 융은 8개 국어에 능통할 정도로 비상한 두뇌를 지녔으며 의학에도 관심이 많았던 사비나에게 자신의 실험을 보조해 줄 것을 권유합니다. 사비나는 실험자들의 상담이 진행될 시 그들의 신체적 반응을 살피며, 융이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소견을 선보이는 등 뛰어난 실력을 보여줍니다. 한편, 오스트리아 빈에 있었던 프로이트는 융이 자신의 치료법을 사비나에게 적용하여 좋은 결과를 보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초대합니다. 첫 만남에서 무려 13시간 동안이나 이야기를 나누었던 프로이트와 융은 곧바로 학문적 동료로 거듭나며, 이로써 프로이트는 융을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하게 되지요. 한편, 사비나와 융은 함께 정신분석학 연구를 거듭하며 점차 내연관계로 빠져듭니다. 사비나와의 대화를 통해 감정의 전이를 겪은 융은 그녀의 피학적 성향에 휘말리고, 가학적인 쾌락을 함께 즐기며 본인 또한 신사적인 이미지 이면에 감추어졌던 억눌린 욕망을 자제 없이 분출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가 학계에 암암리에 알려지면서 융의 사회적 명성은 위협을 받기 시작하고, 융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길 원하는 사비나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합니다. 사비나는 융에게 칼을 휘둘러 그의 얼굴에 상처를 입히며 급기야 프로이트의 문하로 들어갈 수 있게 조치를 취해 달라고 협박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융과의 관계를 폭로하겠다고 위협을 가하면서 말입니다. 결국 사비나는 융의 추천서를 받고 프로이트를 찾아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합니다. 설상가상으로 학술적 견해의 차이로 프로이트와의 관계 또한 흔들리기 시작한 융. 프로이트는 세상 모든 문제의 근원은 성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확고한 믿음을 견지했던 반면, 융은 성적인 접근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무의식과 초자연적 현상을 주장하면서 둘의 학술적 동맹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결국 프로이트와 융은 서로를 향한 날 선 비난을 가하며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서고, 융에게 버림받은 사비나는 러시아 의사와 결혼을 하게 되지요. 프로이트, 사비나와 절연한 후 깊은 무기력증에 빠진 남편을 위로하기 위해 융의 아내는 임신 중인 사비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합니다. 융은 사비나에게 느꼈던 사랑을 회고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지요. "아픈 의사만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을 남기면서 말입니다.
에필로그
러시아의 의사이자 여성 최초의 정신분석학자였던 사비나 슈필라인은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출생하였습니다. 영화에서처럼 10대 후반부터 칼 융의 환자로 상담치료를 받기 시작했으나 후에는 그의 제자가 되어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문하에 있기도 하였지요. 영화는 대화치료법을 의미하는 '토킹 큐어(Talking Cure)'라는 제목의 원작 희곡을 각색한 것입니다. 토킹 큐어는 프로이트가 고안해낸 치료법으로 융은 이것을 자신의 환자였던 사비나 슈필라인에게 적용하여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단순한 의사와 환자 사이를 넘어 학술적 동지, 연인 관계로 거듭났던 융과 사비나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사비나 슈필라인의 일기와 그녀가 융과 주고받았던 편지들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비로소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아동정신분석학자가 된 사비나 슈필라인은 유대인 신분으로 인해 1942년 나치에 의해 두 딸과 함께 총격으로 사망하고, 프로이트 역시 나치에 의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추방을 당한 후 1939년 런던에서 암으로 사망합니다. 세계 최고의 심리학자로 거듭난 칼 융은 1961년 사망하였으며 죽기 전까지 지독한 신경쇠약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키이라 나이틀리의 명연기
성도착증 환자라는 다소 파격적인 역할을 맡았던 키이라 나이틀리는 실제로 정신질환자들의 상담 과정을 직접 지켜보면서 그들의 특징을 분석했다고 합니다. 정신질환 환자이지만 의사 융의 비밀스러운 욕망을 부추기는 팜 파탈적인 모습을 동시에 지닌 사비나 슈필라인을 입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그녀는 의상과 소품을 직접 선택하는 세심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영화 초반 발작증세로 인해 뒤틀린 안면근육과 기괴한 몸짓을 선보이는 그녀의 연기변신이 충격을 자아내기도 합니다만, 성적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명철한 두뇌와 날카로운 분석력을 가진 고혹적인 사비나 슈필라인의 모습을 완벽하게 선보인 키이라 나이틀리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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