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라는 이름을 향한 탐욕의 소용돌이
파트리치아 레지아니는 아버지의 운송회사에서 사무직을 맡고 있습니다. 사내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여성인 파트리치아는 언제나 높은 곳을 바라보며 성공을 갈망합니다. 한 파티장에서 우연히 패션 기업 구찌 가문의 상속자인 마우리치오 구찌를 만난 파트리치아는 한눈에 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우연을 가장한 거듭된 만남으로 끝내 마우리치오의 연인이 됩니다. 마우리치오는 아버지 로돌프 구찌에게 파트리치아를 소개하지만 로돌프는 파트리치아를 영 탐탁지 않아 합니다. 뒤이어 파트리치아에 대한 뒷조사를 감행한 로돌프는 마우리치오에게 파트리치아가 분명 구찌 가문의 돈을 보고 의도적으로 접근했을 것이라며 그녀와 헤어질 것을 종용하지요. 이미 파트리치아와 결혼 결심을 굳힌 마우리치오는 가족을 떠나 파트리치아 아버지의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고 둘은 곧 부부가 됩니다. 로돌프의 동생이자 마우리치오의 삼촌인 알도는 형과 조카의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자신의 생일 파티에 마우리치오 부부를 초대합니다. 이 파티를 계기로 파트리치아는 구찌 가문의 사람들과 안면을 틀 수 있게 됩니다. 이후 파트리치아가 딸을 출산하고 로돌프가 중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로돌프와 마우리치오 부자는 극적인 화해를 합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로돌프가 세상을 떠납니다. 문제는 로돌프의 유산은 그의 유일한 아들 마우리치오에게 상속되어야 하는데, 구찌의 주식 50%를 마우리치오에게 양도한다는 문서에 서명을 하지 못한 채로 로돌프가 세상을 떠나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파트리치아는 자신의 주특기인 서명 필사 실력을 발휘하여 로돌프의 서명을 위조합니다. 그로써 마우리치오는 기업의 수장 중 한 사람으로 다시금 당당히 등극할 수 있게 됩니다. 이후 파트리치아는 점점 기업경영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며 남편 마우리치오를 부추기기 시작합니다. 사촌 형 파올로를 꼬드겨 알도의 치부책을 손에 쥐게 된 마우리치오는 탈세 혐의로 삼촌을 감옥에 보내버리기까지 하지요. 마우리치오의 계략에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파올로 역시 마우리치오의 세금 탈루를 신고합니다. 재무 경찰에 의해 집이 불시 검문 당하는 일이 발생하자 마우리치오는 스위스로 황급히 몸을 피합니다. 도망자의 신분이지만 산장에서 스키를 타며 호화 생활을 즐기던 그는 그곳에서 우연히 옛 동창 파올라를 만나게 됩니다. 이후 마우리치오를 만나러 스위스로 온 파트리치아는 남편과 파올라 사이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단번에 눈치챕니다. 말다툼을 벌이던 끝에 마우리치오는 아내에게 구찌 일가의 사업에서 손을 떼라며 소리치고, 이에 파트리치아는 마우리치오를 무능한 애송이라 비하하며 자존심을 짓밟는 발언들을 거침없이 쏟아 냅니다. 이후 마우리치오는 파트리치아에게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하고 동창 파올라와 새로운 살림을 차려버리지요. 구닥다리 이미지로 전락한 구찌 기업의 쇄신을 위해 마우리치오는 새로운 디자이너 톰 포드를 영입하고, 바레인의 투자회사 인베스트코프와도 손을 잡는 등 전방위적 노력을 가합니다. 1994년 톰 포드에 의해 새롭게 선보여진 구찌의 디자인은 패션계의 호평을 얻었으나, 문제는 최고 경영자가 된 마우리치오의 경영 능력의 부재와 지나친 사치행각이었습니다. 이에 인베스트코프 임원진은 마우리치오의 존재가 구찌의 존속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그에게 남은 지분을 모두 넘길 것을 요구합니다. 마우리치오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옵니다. 그러나 한 건물로 향하던 마우리치오에게 누군가가 총격을 가하고, 그렇게 마우리치오는 암살자에게 허망하게 목숨을 잃고 맙니다. 파트리치아는 전 남편의 장례식장에서 슬피 우는 모습을 보였으나, 충격적 이게도 청부살인자를 고용하여 마우리치오를 살해를 지시한 사람은 바로 그녀였습니다. 파트리치아가 범인이라는 사실은 마우리치오의 사후 2년이 지난 시간에서야 밝혀졌습니다.
에필로그
평범한 집안의 여성과 부잣집 도련님의 만남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데렐라 스토리입니다. 다만 그 결말이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처럼 누군가의 죽음으로 끝이나는 비극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이탈리아 북부 출신 파트리치아 레지아니는 22세에 마우리치오 구찌를 만났습니다. 영화에서처럼 실제로도 로돌프 구찌는 파트리치아를 며느리감으로 탐탁치 않아 했죠. 아버지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우리치오는 파트리치아와 결혼을 강행하여 1972년 뉴욕으로 떠납니다. 파트리치아는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재클린 오나시스와도 두터운 친분을 맺으며 각종 파티에 초대되는 사교계의 명사로 거듭납니다. 결혼 10년 후 구찌의 본산인 이탈리아로 돌아온 마우리치오는 본격적으로 후계자의 길을 계승하기 시작하고, 파트리치아 역시 사업과 관련하여 남편의 옆에서 목소리를 드높이면서 부부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합니다. 플로렌스 지방으로 출장을 떠났던 마우리치오가 그 길로 파트리치아를 완전히 떠나버리면서 둘의 관계는 결국 파국을 맞게 됩니다. 마우리치오는 이미 옛 동창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파올라 프란치라는 여성과 내연관계를 맺고 있었지요. 마우리치오의 일방적인 이혼 통보를 수용할 수 없었지만, 파트리치아는 결국 연간 147만 달러, 한화 약 21억에 달하는 이혼 합의금을 받으며 부부의 연을 마무리 짓는데 동의하기로 합니다. 이혼 합의 조건 중에는 파트리치아가 구찌 성을 쓸 수 없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하나, 파트리치아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이름에 구찌를 붙여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파트리치아는 마우리치오가 파올라와 재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으며 결국 이성의 끈을 놓고 맙니다. 그녀는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던 피자 가게 주인에게 한화 약 5억 상당의 보수를 약속하며 전 남편을 죽여달라고 부탁합니다. 결국 1995년 마우리치오는 자신의 집 현관문 앞에서 7방의 총알을 맞고 명을 달리하지요. 파트리치아의 범죄 혐의가 밝혀진 것은 마우리치오의 사망 2년 후의 일입니다. 그녀는 재판 내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다가, 결국 형이 확정되고 나서야 마우리치오를 향한 증오와 분노를 격정적으로 토로했다고 합니다. 마우리치오의 사망으로 끝이 난 골육상쟁의 비극은 기업 경영에서 구찌 성을 가진 일원이 단 한 명도 남지 않은 씁쓸한 결말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파트리치아는 26년형을 선고받았으나 18년 투옥 끝에 2016년 모범수로 출소하였습니다. 70대가 된 그녀는 여전히 화려한 차림새를 하고 이탈리아 밀라노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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