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재된 여성성을 회복하는 화가 릴리 엘베의 여정
영화 대니쉬 걸은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으로 알려진 '릴리 엘베'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에이나르 베게너는 덴마크의 명성있는 풍경화가입니다. 다소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인 에이나르의 옆에는 인물화를 즐겨 그리는 화가이자 활달하고 사교적인 성격의 아내 게르다가 있습니다. 남편의 명성에 가려져 게르다의 작품은 빛을 보지 못하지만, 그 둘은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뮤즈이면서 누구보다도 사랑 넘치는 부부입니다. 어느 날 아내 게르다의 그림의 모델인 발레리나가 약속을 어기자 게르다는 에이나르에게 스타킹과 드레스를 착용하고 자신의 모델이 되어줄 것을 부탁합니다. 난생 처음 여성의 옷을 입은 에이나르는 옷을 어루만지면서 알수 없는 감정에 휩싸입니다. 더 나아가 게르다는 에이나르에게 여장을 하고 파티에 함께 참석할 것을 권유합니다. '릴리'라는 예명으로 파티에 참석한 에이나르는 헨릭 산달이라는 남성을 만나 그와 입맞춤을 하고, 그렇게 장난스레 시작되었던 여장으로부터 에이나르는 비로소 감추어졌던 자신의 성 정체성을 점차 인식하게 됩니다. 그러나 헨릭과 에이나르가 입을 맞추는 장면을 목격하고 큰 혼돈에 빠진 게르다. 개인적인 아픔과는 별개로 게르다가 릴리로 분장한 에이나르를 그린 그림들이 화단으로부터 점차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합니다. 게르다는 계속해서 릴리를 그릴 수 밖에 없었고, 그럴수록 에이나르는 자신 안에 내재된 여성성을 더욱 잠재울 수 없게 됩니다. 심지어 릴리로 변한 에이나르는 게르다 몰래 헨릭과 지속적인 만남을 가집니다. 그러나 헨릭이 동성애자로서 릴리가 아닌 에이나르를 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는 큰 상처를 받습니다. 전시회를 개최하러 파리로 떠난 게르다와 에이나르. 게르다는 그곳에서 에이나르의 소꿉친구 한스를 찾아갑니다. 사실 한스는 에이나르가 어렸을 적 남 몰래 흠모했던 친구였으며 게르다는 깊은 우울에 빠진 에이나르에게 활력을 주고자 한스와의 만남을 주선했던 것이지요. 한스가 자신을 보러 온다는 말에 모처럼 기뻐하는 에이나르. 그러나 한스를 데리고 온 게르다는 릴리의 모습을 하고 자신을 에이나르의 사촌이라고 소개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하고 맙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게르다는 에이나르를 데리고 여러 병원을 전전합니다. 그 중 에이나르의 상태를 정신분열증으로 진단한 한 의사는 그에게 방사선 치료를 감행합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에이나르는 더욱 확고하게 자신을 릴리로 받아들일 뿐 이었지요. 무기력증에 빠져 그림도 그리지 않는 에이나르를 두고 볼수만은 없었던 게르다는 친구의 조언으로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 독일의 한 의사를 찾아갑니다. 의사는 에이나르를 여자로 만들어 주는 수술을 해줄 수 있다고 말하죠. 남성의 성기를 제거하는 1차 수술을 시행한 후, 경과를 보고 여성의 질을 삽입하는 2차 수술을 통해 여성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희망에 찬 에이나르. 수술에 따르는 온갖 위험에도 불구하고 에이나르는 성전환 수술을 감행합니다. 1차 수술에서 회복 후 덴마크로 돌아온 '릴리 엘베'는 백화점 점원으로 일하면서 여전히 게르다와 함께 생활합니다. 그러나 릴리는 2차 수술을 단행하겠다며 고집을 피우고, 좋지 않은 예후를 걱정하는 게르다는 릴리를 극구 말리면서 둘의 갈등이 고조됩니다. 그러나 온전한 여성이 되고 싶었던 릴리의 열망을 꺾을 수 없었던 게르다는 결국 릴리를 독일로 보내줍니다. 게르다의 예감대로 수술 후 릴리는 심각한 부작용을 겪으며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게르다는 그런 릴리의 곁을 지키며 끝까지 함께 했지요. 릴리는 짧은 시간이나마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합니다. 한스와 함께 릴리의 장례를 치르고, 릴리가 에이나르였던 시절 게르다에게 선물해준 스카프가 바람에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게르다는 육신에 갇혀 있던 릴리의 영혼이 이제서야 자유를 찾은 것 같다고 말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에필로그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릴리 엘베는 덴마크 출생으로 본명은 에이나르 베게너 입니다. 에이나르는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의 동료였던 게르다와 결혼을 하였지만, 잠재되었던 자신의 여성성을 발견하고 여성의 삶을 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에이나르 베게너는 마그누스 히르슈펠트라는 독일 의사를 만나 1930년부터 1931년까지 무려 5차례의 성전환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덴마크의 국왕은 에이나르와 게르다의 혼인을 무효처리 하였지요. 그러나 영화에서처럼 게르다는 '릴리 엘베'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된 전남편과 친자매처럼 지내며 릴리가 죽을 때 까지 그녀의 곁을 지켰습니다. 게르다 베게너는 모국인 덴마크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파리에서는 유명한 초상화가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보그> , <라 파리지엔>등의 패션 잡지의 삽화가로 활동하기도 했지요. 릴리 엘베가 사망 후, 1931년 게르다는 이탈리아 출신 외교관인 페르난도 포르타와 재혼을 합니다. 이후 모로코로 이주하여 작품활동을 이어갔으나, 극심한 생활고를 이유로 1936년 이혼을 합니다. 다시 모국으로 돌아온 게르다는 엽서와 카드 등을 판매하면서 생계를 유지했으며, 친지들과의 교류가 없었던 탓에 쓸쓸한 노후를 보냈다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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